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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영어 독해와 말하기/쓰기는 전혀 다른 공부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조금 다른지 모르겠지만, 지난 긴 시간동안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시험을 보기 위한) 독해에 집중해왔습니다. 요컨데 “영어를 한국어로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인데요. 그러기 위해 영어의 문법을 배우고, 단어를 외웁니다. 저는 이 교육 방법이 ‘영어 독해’에 관해서는 딱히 틀리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어의 독해실력이 느는 것과, 말하기/쓰기 능력이 느는 것은 거의 별개의 문제입니다. 토익 950점을 받아도, 말하기/쓰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한 것이 바로 그 예인데요. 기본적으로 독해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말하기/쓰기에 관해서도 한국어를 영어로 해석하려는 사고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어떤 말을 하기 위해서, 머리 속으로 먼저 한국말을 생각하고, 그것을 영어로 번역해서, 입 밖으로 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3가지가 있습니다.

(1) 그런 기계적인 번역이 의미는 통할지 언정, 자연스러운 영어는 되지 못합니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가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것이고요. 어떤 사람이 독해 공부를 위해서 외운 단어들을 총동원해서 머리 속에서 번역을 한다고 해도, 그런 기계적인 번역은 외국사람이 듣기에 의미는 통할 수도 있지만, 결코 자연스러운 영어가 되지 못합니다. 초창기의 컴퓨터 번역기와 비슷한 번역이 되는 것이죠.

(2) 대화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한국말로 생각해서, 영어로 번역할 동안 대화는 이미 지나가버리며, 특히 1:1 회화의 상황에서 굉장히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어, 회화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3) 감정을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언어를 번역으로 접근하는 이상, 쉽게 말해서 머리 속 써놓은 대본을 읽는 것이 되니, 감정을 담아서 말을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영어 강사는 아니니, 대안으로 어떤 공부법이 좋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제 자신이 믿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암기입니다. 그런데 단어의 암기가 아니라, 여러가지 회화패턴, 자주 사용하는 문구, 감정표현을 암기하는 것이 되어야하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이 유창하게 회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암기’라는 학습법이 학생시절에 시험을 봤던 기억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되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해가는 과정에서도 어떤 언어표현에 자주 노출되어 익숙해지고, 따라하게 되는 것은 필수이니, 자연스러운 언어 학습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대본이나 교과서를 통채로 외우시는 분들이 있는데, 굉장히 좋은 학습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암기는 소리내어 읽으면서 해야 됩니다. 눈으로 암기하는 것은 독해를 위한 암기이고, 발음을 암기하는 것이 말하기를 위한 암기 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주거환경/공부환경에서는 무엇인가를 소리내어 읽으며 공부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데, 회화 공부를 망치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음을 암기하지 못하면 회화에서 그 말이 떠오르지도 않고, 글자로만 아는 단어는 발음이 아리까리 해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말하려면 먼저 잘 들어야 한다.

저 같은 경우에도 대화나 토론에 참여하고 싶어도, 지금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파악이 안되서, 자신감이 없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말을 잘하려면 먼저 잘 들어야 합니다. 저는 아침에 출근할 때 영어 뉴스를 듣는 것으로 귀를 풀면서(?) 회사에 가는데, 빠른 영어에 익숙해지고, 또 최신 이슈를 알고, 대화 소재를 찾는데에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못알아듣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영어를 듣는 연습을 하는데,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먼저 어휘량을 늘리는 공부를 해야겠고, 대체로 잘 들린다면, 새로운 관용표현 혹은 유행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위에 귀를 푼다는 표현이 나와서 말인데, 말도 입을 풀어야 잘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주일 중에 월요일에 영어가 제일 안되는데요. 주말동안 집에서 한국말을 하다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 있거나,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에도, 일부러 시사잡지의 기사 하나를 소리내어 읽으며 입을 풀고 갑니다.


3.발음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영어회화에서 발음이 중요한가는 논란의 단골소재이긴 하지만, 저는 정확한 발음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R발음과 L발음의 구분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외국인들이 전혀 알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발음을 명확하게 하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발음을 ‘미국인’처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회사의 싱가폴 출신 동료한테,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영어를 미국인처럼 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한국의 영어교육 전반에 있어서 미국식 영어가 표준이자 모범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세상에는 영국, 호주, 인도, 싱가폴, 홍콩, 뉴질랜드 등등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많은 국가/민족들이 있고, 각기 상당히 다른 영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이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유럽의 국가들에서도, 각기 자기나라의 언어에 맞춘 독특한 영어를 구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국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영어 발음에 있어서는 표준이나 정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발음이 ‘미국인’이나 ‘영국인’스럽지 않다고 해서 바보 취급 받지도 않고요. 발음이 원어민처럼 유창해서 안 좋을 일은 전혀 없지만, 굳이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4.틀려도 된다.

저는 지금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 “나는 영어권 출신이 아니니까 영어를 좀 못해도 괜찮아”라는 생각만은 갖지 말자고 다짐했었고,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비네이티브인 사람이 영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굉장히 많이/자주 틀리게 됩니다. 실력이 나아질수록 그 빈도는 줄어들겠지만, 적어도 이제 막 영어회화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발음/표현을 틀리게 됩니다. 물론 이것을 괜찮다고 생각해선 안되지만, 대부분의 일상회화에서는 사실 또 그렇게까지 큰 일도 아닙니다. 세련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미팅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되겠지만, 기본적으로 회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경우를 돌이켜봐도, 문법적인 오류나 잘못된 표현은 많이 지적할 수 있겠지만,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정확하면 좋겠지만, 틀려도 괜찮습니다. 영어 네이티브들도 뜯어보면 많이 틀립니다.


5.한국말을 잘해야 영어도 잘한다.

저도 학생때 토익스피킹이나 오픽시험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공식 따라서 공부하긴 했었지만, 다른 것보다도 그림을 설명하는 문제가 참 어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별다른 토픽 없이 마냥 눈에 보이는 것을, 짧은 시간 안에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문제는 한국말로 해도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로 말이 잘 안나오는 주제나 화제에 대해서는, 사실 한국말로 설명하라고 해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라서 못하는게 아니라, 그 주제나 화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못하는 것인데, 그것을 언어의 탓으로 돌리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또 잃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우리가 한국에서 어떤 미팅을 하더라도 아무 준비없이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영어로 어떤 주제에 관해 대화하거나 토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 혹은 사전 지식이 필요 합니다. 영어 회화를 위한 사전지식은 영어로 쌓기를 권장합니다. 아니면 또 (1)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머리 속 번역"을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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